오드맥스는 장난감을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의 본질과 가치에 대해 늘 고민합니다.

My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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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때부터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었습니다.

롯데를 응원하는 도시의,

롯데를 응원하는 집에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야구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롯데가 어떤 팀이었는지도 몰랐는데 말이지요.





우리에게 롯데는 브랜드가 아니라

‘우리 편’을 뜻하는 대명사였습니다.

마음을 다해 목청껏 외치는

하나의 추상적인 구호였습니다.


아버지를 따라간 야구장이라는 장소는

롯데를 숭배하는 사람들이 모인

성지와도 같은 곳이었으며,

그 후로 저는 30년이 넘도록

한 팀만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사실 롯데는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성적이 나쁜 팀 중의 하나입니다.


살면서 “으이구, 롯데 또 졌네.” 라는 말을

수 천 번은 들은 것 같습니다.


정말 왜 저렇게 발전이 없는지

답답하고 짜증나고

내가 뭣 하러 이 팀을 계속 응원하는지

스스로가 이해가 되지 않곤 했습니다.


당장 다른 팀을 응원해도

나에게 전혀 해가 될 게 없고

오히려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몇 년 전

부산과 같은 경상남도에 연고를 두고

NC라는 팀이 새로 생겼습니다.


NC는 승승장구하여 불과 몇 년 만에

롯데보다 훨씬 우수한 팀이 되었습니다.


‘팀을 NC로 바꿀까?’

‘사실 부산도 경남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굳이 따지면 배신하는 건 아닐지도...’

‘경기장도 멀지 않은데...'

'그래봤자 야구팀인데...'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보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바꿔선 안 될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저는 또다시 TV 앞에 앉아

롯데가 이기는 순간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까요?


욕을 하고,

푸념을 하면서

롯데가 지는 순간 큰 일이라도 난 듯

한숨을 쉬고 있을까요?





음... 그냥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My Team이기 때문입니다.


My Team.


속상하고 실망해도 버릴 수 없는,

조건 없는 소속감을 느끼는 곳.


야구는 한낱 스포츠 종목에 불과하지만

My Team은 나의 정체성과 기억을 담은

홈그라운드 같은 것이었습니다.


마치 골목길 담벼락의 한 구석에서,

미끄럼틀 아래의 좁은 그늘 속에서,

코흘리개들이 함께 나누는 끈끈한 동질감처럼,


야구장에서 저는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My Team이라는 단어 속에는,


아버지와 함께,

친구들, 친척들과 함께 한

무려 수 십 년 어치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었기 때문입니다.


롯데가 아무리 성적이 좋지 않아도

그 시간을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응원할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